자사 제품만 올려 두던 쇼핑몰에 거래처 상품을 같이 얹는 일은 기획서 한 줄로 끝납니다. 상품 등록 권한을 하나 더 주거나, 거래처가 보내 준 엑셀을 올리면 됩니다. 화면에서 달라지는 것은 상품 개수뿐입니다.
그런데 법에서 보는 사업자의 지위는 그 순간 둘로 늘어납니다. 전자상거래법은 남의 상품이 팔리는 자리를 제공하는 사업자를 통신판매중개자로 보고, 화면에 넣어야 할 표시를 따로 정해 두었습니다. 이 표시를 빼면 이행명령과 과태료로 끝나지 않고, 입점 판매자가 낸 사고까지 함께 물어줘야 합니다.
남의 상품을 한 개라도 올리면 지위가 둘이 됩니다
내 상품을 파는 쪽은 통신판매업자입니다. 거래처 상품을 올려 두고 자리와 결제만 제공하는 쪽은 전자상거래법 제20조의 통신판매중개자입니다. 입점, 위탁판매, 드롭시핑은 이름만 다르고 모두 뒤쪽에 들어갑니다.
두 지위는 하나를 고르는 관계가 아닙니다. 제20조의2 제3항은 통신판매업자인 통신판매중개자는 당사자가 아니라고 고지했더라도 제12조부터 제15조까지, 제17조, 제18조의 책임을 면하지 못한다고 못박고 있습니다. 내 상품에 대한 의무는 그대로 두고 중개자 의무가 위에 더 얹히는 구조입니다.
고지 위치는 시행규칙이 네 군데로 지정해 두었습니다
법 제20조 제1항은 당사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총리령으로 정하는 방법으로 미리 고지"하라고만 적었습니다. 그 방법은 시행규칙 제11조의2에 있습니다. 기본은 중개자가 운영하는 사이버몰의 초기 화면이고, 여기에 세 곳을 더 얹으라고 되어 있습니다.
중개자가 자기 명의로 표시·광고를 하면 그 매체의 첫 번째 면, 계약내용 서면을 교부하면 그 서면, 청약 방법을 제공하면 청약내용의 확인·정정·취소 절차입니다. 마지막 항목이 주문서와 주문 확인 화면을 뜻합니다. 같은 조 제2항은 이 고지의 글씨 크기를 계약 당사자를 고지하는 글씨와 같거나 더 크게 하라고까지 정했습니다.
문구는 '통신판매의 당사자가 아니다'를 그대로 담으세요
조문이 요구하는 것은 책임 제한 약관이 아니라 거래 당사자가 누구인지에 대한 사실 고지입니다. "○○는 통신판매중개자로서 통신판매의 당사자가 아니며, 상품의 주문·배송·환불에 관한 책임은 입점 판매자에게 있습니다" 정도면 요건을 채웁니다.
반대로 "본 사이트는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습니다" 같은 문장은 당사자 여부를 말하지 않아 고지로 보기 어렵습니다. 약관 안쪽에만 넣는 것도 초기 화면 요건을 비켜 갑니다.
초기 화면에 문구를 올려 두고 주문서에서는 같은 문장을 더 작게 쓰면, 그 자체로 시행규칙 제11조의2 제2항을 어기게 됩니다.
입점 판매자 신원정보는 청약이 이루어지기 전까지 제공해야 합니다
제20조 제2항은 중개의뢰자가 사업자인 경우 그 성명(법인은 명칭과 대표자의 성명)·주소·전화번호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신원정보를 확인해 청약이 이루어지기 전까지 소비자에게 제공하라고 합니다. 시행령 제25조는 그 범위를 법 제13조 제1항 각 호의 사항과 사업자등록번호로 정하고 있습니다.
공정위는 현행 제도에서 확인·제공 대상을 성명·주소·생년월일(사업자등록번호)·전화번호·전자우편주소 다섯 가지로 설명합니다. 핵심은 시점입니다. '청약이 이루어지기 전까지'이므로 주문 완료 화면이나 주문 내역, 확인 메일로 보내면 늦습니다.
상품 상세와 주문서에 들어갈 항목은 이렇게 갈립니다
화면 설계로 옮기면 추가 작업은 판매자 테이블에 칼럼을 더하는 일부터 장바구니를 판매자 단위로 쪼개는 일까지 번집니다. 견적서에 '입점 기능'이라고만 적으면 아래 항목이 전부 누락됩니다.
- 입점 판매자 등록 화면: 상호·대표자·주소·사업자등록번호·전화번호·전자우편주소 입력란과 필수값 검증
- 상품 상세: 판매자 정보 영역과 중개 상품임을 밝히는 문구
- 장바구니·주문서: 판매자별 그룹 표시, 판매자가 둘 이상인 주문의 분리
- 청약 확인·정정·취소 절차: 당사자가 아니라는 고지 재표시
- 초기 화면: 중개자 고지와 제10조 제1항의 운영자 신원정보·이용약관 연결
자사 상품과 중개 상품이 같은 목록에 섞이면 판매자 정보 영역을 상품 유형에 따라 다르게 그려야 합니다. 이 분기 처리가 입점 기능을 붙일 때 가장 흔히 빠지는 부분입니다.
당근마켓은 초기 화면 고지를 빠뜨려 이행명령을 받았습니다
공정위는 2025년 3월 5일 ㈜당근마켓에 시정명령(이행명령)과 과태료 100만 원을 부과했습니다. '지역광고' 등으로 상품을 판 사업자의 신원정보를 확인하지 않고 청약 전에 제공하지 않은 점이 제20조 제2항 위반, 자신이 통신판매의 당사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초기 화면에 미리 고지하지 않은 점이 제20조 제1항 위반으로 인정됐습니다.
과태료 100만 원이 붙은 쪽은 제10조 제1항입니다. 상호·대표자 성명·주소·전화번호·전자우편주소·사업자등록번호를 표시하지 않고 이용약관 화면을 초기 화면에 연결하지 않은 부분입니다. 사업자가 아닌 개인 판매자 신원정보 부분은 대면·비대면 거래가 섞여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심의절차가 종료됐습니다.
고지를 빠뜨린 쪽에는 면책 단서가 없습니다
제20조의2는 두 의무의 뒷감당을 다르게 설계했습니다. 제2항은 신원정보를 제공하지 않거나 제공한 정보가 사실과 달라 생긴 재산상 손해를 연대배상하게 하면서, 피해가 가지 않도록 상당한 주의를 기울인 경우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는 단서를 두었습니다.
제1항에는 그 단서가 없습니다. 제20조 제1항의 고지를 하지 않았으면 입점 판매자의 고의 또는 과실로 소비자에게 발생한 재산상 손해를 그 판매자와 연대해 배상할 책임을 집니다. 과태료 상한은 제45조 제4항의 1천만 원이지만, 실제 금액은 판매자가 못 보낸 상품값 전체로 계산해야 합니다.
청약 접수와 대금 수령까지 하면 항목이 또 늘어납니다
제20조의3은 중개업자가 거래 과정의 일부를 직접 수행하는 경우를 따로 다룹니다. 청약 접수를 받으면 판매자가 하지 않을 때 제13조 제2항 제5호의 청약철회 기한·행사방법·효과 안내와 제14조 제1항의 청약 확인을 대신 이행해야 합니다.
대금을 지급받으면 제7조의 조작 실수 등 방지와 제8조의 전자적 대금지급 신뢰 확보가 중개업자 몫으로 넘어옵니다. 결제를 자사 PG로 받아 정산해 주는 구조라면 거의 전부 해당하고, 청약철회 안내 문구와 주문 확인 발송까지 개발 범위에 들어옵니다.
분쟁 처리에는 영업일 기준이 붙습니다
제20조 제3항의 분쟁 해결 조치는 시행령 제25조의2가 구체화했습니다. 접수·처리 인력과 설비를 갖추고, 불만과 분쟁의 해결 기준을 미리 마련해 사이버몰에 고지해야 합니다.
여기에 시간 기준이 있습니다. 원인을 조사해 3영업일 이내에 진행 경과를, 10영업일 이내에 조사 결과 또는 처리방안을 소비자에게 알려야 합니다. 문의 게시판만으로는 부족하고 접수 시각과 통보 시각이 남는 티켓 기능이 필요합니다.
이럴 때는 이 작업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거래처 물건을 사입해 재고로 잡고 내 이름으로 파는 구조라면 통신판매중개가 아닙니다. 매입 전표가 있고 환불 책임이 나에게 있으면 중개자 고지는 필요 없고 통신판매업자 의무만 지키면 됩니다. 정산 방식만 위탁으로 바꾸면 그때부터 중개입니다.
개인 간 거래 중개는 2026년 1월 20일 개정(법률 제21312호, 2026년 7월 21일 시행)으로 사업자 거래와 갈라졌습니다. 공정위는 판매자가 사업자가 아니면 확인 대상에서 성명을 제외했고 주소·생년월일도 시행령 개정으로 빼겠다고 밝혔습니다. 사업자 판매자 쪽 제공 의무가 완화됐다는 내용은 그 발표에 없습니다.
쇼핑몰 구축에서 자주 걸리는 부분은 실무 가이드에 모아 두었습니다. 조문 원문은 국가법령정보센터, 제재 사례와 개정 내용은 공정거래위원회 보도자료에서 확인하세요. 입점·위탁 기능의 범위와 일정을 가늠하기 어려우면 Codeforest로 문의해 주세요.
결론: 입점 기능이 아니라 고지 기능을 붙이는 일로 보세요
화면에 더 들어가야 하는 것은 네 가지입니다. 초기 화면의 당사자 아님 고지, 상품 상세와 주문서의 입점 판매자 신원정보, 청약 확인·정정·취소 절차의 재고지, 그리고 분쟁 접수 기록입니다.
이 중 초기 화면 고지는 빠뜨렸을 때 면책 단서 없이 연대배상으로 이어지므로 가장 먼저 넣으세요. 상품 등록과 정산만 먼저 개발하고 고지와 신원정보 표시를 뒤로 미루면, 이미 운영 중인 화면을 다시 뜯어야 합니다.